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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는 말

원래 나의 꿈은 영화감독이 되는 것이었다. 단지 그 이유는 영화를 통해 나만의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인지 내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징기스칸과 나폴레옹, 히틀러이다. 그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자신들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는 것이다. 그들이 역사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는가에 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왜냐하면 모든 현실세계의 객체들에게는 모순된 법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여간에 대학4년간을 영화라는 매력 덩어리에 묻혀 이리저리 굴러다니다 보니 별의 별 경험들을 다하게 되었다. 이 경험들 중 컴퓨터가 내 인생을 이렇게 바꾸어 놓을 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온갖 우여곡절끝에 컴퓨터 엔지니어 , 컴퓨터 프로그래머라는 직함을 갖게 되었지만( 실제 이러한 직함은 같은 편(엔지니어)끼리 주로 부르는 말이고 남들은 전망있는 샐러리맨이라고 함 ) 막상 이 분야에서 종사하다 보니 그야 말로 (국내에서는) 스트레스의 연속인 껍데기 직업이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간혹 희열을 맛볼 수도 있었다.

과연 무엇이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 가 고민을 거듭하던 중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먼저 해야 할, 배워야 할, 익혀야 할 기술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인류역사상 금세기만큼 급속하게 인류의 기술이 발전했던 시기는 없었다. 특히 정보혁명을 필두로 하여 컴퓨터, 네트웍, 인터넷,... 같은 기술들은 이 혁명의 한 복판에 서 있는 대우받지 못하는 엔지니어들에게 부득불 새로운 기술의 습득을 강요했다. 실제로 현재에도 수많은 엔지니어들은 마이크로소프트로 갈 것인가, 아니면 반 마이크로소프트냐 갈 것인가, 아니면 열심이 이 두 길을 주시할 것 인가하는 문제에 고민하고 있다.

또 하나는 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잘 만든 워드프로세스나 일정 관리 프로그램만으로 결단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소프트웨어 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회사들의 제품은 개발자보다는 그들 제품의 기술 영업을 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와 성공의 비례관계에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은 한국 기업의 풍토와 (개발보다는 수입하여 판매를 선호하는) 시장 구조를 고려해 볼 때 당연히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우울하게 만드는 요인은 토대 기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상황이 암울해도 소프트웨어라는 지식산업을 포기할 수 는 없는 법,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품위주의 소프트웨어보다는 인트라넷이나 인터넷 컨텐트 서비스같이 각 국이나 조직의 문화와 철학에 따른 개발이 필요한 특화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이러한 분야는 우리 주변에 의외로 많다. 따라서 수 많은 중소 벤처 기업들이 이 틈새 시장을 목표로 지금도 우후죽순처럼 창업과 패업을 거듭하고 있다. ( 물론 대기업이라고 해서 거국적인 사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 역시 중소기업에 지나지 않는다. ) 다른 것은 차치해두고 기술적인 면을 고려할 때 이들 기업들은 소프트웨어의 하부 구조보다는 각 기능(메뉴)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 소프트웨어를 견실하게 구성하고 쉽게 확장할 수 있는 토대 기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금까지의 내용이 다소 주관적이고 감성적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재는 전쟁 상황이라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진영과 반마이크로소프트 진영이 첨예한 기술 전쟁을 벌리고 있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DCOM/WWW을 앞세운 마이크로소프트와 CORBA/WWW를 기치로 내건 반마이크로소프트 진영이 최후의 전쟁을 벌리고 있는 것이다. 누가 진정한 승리자가 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쪽이 승리하기 전까지는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렇한 정세속에서 주변을 살펴보면 마이크로소프트의 기반 기술인 COM과 OLE에 대한 한글 책들은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반 마이크로소프트 진영의 CORBA에 대한 한글 책은 구하기 힘든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몇 년간의 작업을 토대로 하여 현 실정을 반영한 책을 집필하기로 결정하였다.

이 책은 순수한 학술 목적의 책이라기 보다는 응용 목적이 강하다. 따라서 CORBA가 본래 지향하는 이종의 플랫폼, 운영체제하에서의 분산 객체간의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모든 분야에서 튼튼한 토대를 갖춘 응용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데 일말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

박 재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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